우리나라 지도나 뉴스, 혹은 행정 문서를 보다 보면 특이한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도시 이름 끝에 ‘주(州)’가 붙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광주, 전주, 진주, 공주, 상주, 원주 등등 ‘주’라는 글자가 마치 하나의 패턴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는 ‘주(州)’로 끝나는 도시가 이렇게 많을까요?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그 안에 역사적·지리적 이유가 숨어 있는 걸까요? 오늘은 이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깊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주(州)’란 무엇인가?
먼저 ‘주(州)’의 의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한자 ‘주(州)’는 원래 큰 물가 근처의 땅, 강과 바다 주변의 큰 지역을 뜻하는 말로, 중국의 고대 행정구역 체계에서 유래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전국을 구분할 때 큰 단위로 나누어 **9주(九州)**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정도로, ‘주’는 오래된 지리·행정 용어입니다.
이 용어가 한반도에도 도입되면서, 지역을 구분하는 행정 단위로 ‘주’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즉, ‘주’는 단순히 도시 이름을 장식하는 말이 아니라, 과거 한 지역의 중심 행정구역이었음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주’의 행정적 개념
한반도에서는 이미 **삼국시대(고구려, 백제, 신라)**부터 ‘주’라는 용어가 행정구역에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각 국가는 넓은 영토를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지방을 나누는 데 ‘주’를 도입했습니다.
특히 신라는 통일 이후 9주 5소경 체제를 구축하면서, 전국을 **9개의 주요 지역(주)**으로 나누었는데요. 이때 만들어진 주의 이름이 지금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상주(尙州): 경북 내륙의 중심지로,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도 중요한 교통의 요지였음
- 공주(公州): 백제의 수도였던 웅진의 옛 이름
- 진주(晉州): 고려와 조선시대의 경상도 남부 행정 중심지
이러한 역사적 중심지들이 조선시대까지 주요 거점으로 유지되었고, 이후 근현대 도시명으로 그대로 남게 된 것입니다.
조선시대와 ‘주(州)’의 확산
조선시대에도 행정 구역 체계는 지속적으로 변화했지만, ‘주’라는 명칭은 여전히 주요 도시나 군의 이름으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행정 중심지, 군사 요충지, 상업 중심지 등에 ‘주’가 붙는 경향이 많았죠.
당시에는 **도(道) → 부(府) → 군(郡)/현(縣)/주(州)**의 형태로 지방을 분류했으며, 여기서 ‘주’는 그 지역이 어느 정도 자치권이나 중요성을 가진 지명을 뜻했습니다. 또한 도로망이나 교통망의 중심축이 되는 도시에는 ‘주’라는 이름을 붙여 지역의 대표성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현대까지 – 이름만 남은 ‘주’
근현대에 들어서면서 행정구역 체계가 많이 변화하긴 했지만, 지명의 흔적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부(府) 중심의 체계가 도입되며 일부 ‘주’는 사라졌지만, 광복 이후 행정구역이 재편되면서 다시 과거의 지명을 많이 복원하거나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지금도 광주, 전주, 진주, 상주, 공주 등은 행정구역 개편을 거치면서도 옛 명칭을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과거 ‘주’였던 도시들이 그대로 시(市)로 전환된 것이죠.
‘광역시’와는 또 다른 의미의 ‘주’
광주광역시와 같이 ‘광역시’라는 명칭이 붙은 도시 중에도 ‘주’가 포함된 곳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주’는 과거 행정 중심 도시였다는 역사적 상징성을 간직한 이름입니다.
- 광주(光州): 빛의 고을이라는 뜻도 있지만, 예부터 호남 지역의 중심지로 기능하며 '주'가 붙은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 전주(全州): 전라도의 이름 유래가 된 도시로, 조선 건국 이전부터 유서 깊은 곳이죠.
요즘 도시엔 왜 ‘주’가 안 붙을까?
최근 개발된 신도시나 계획도시들—예를 들면 세종시, 평택시, 김포시 등—에는 ‘주’라는 명칭이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도시들은 과거 행정체계에서 ‘주’로 구분되었던 중심 도시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대적인 도시 개발과 행정 구역 재편으로 만들어진 신생 도시들은 단순히 지리적 위치나 도시 개발 목적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기 때문에, 굳이 ‘주’를 사용할 이유가 없던 것이죠.
결론: ‘주’는 한국 도시의 역사적 뿌리
정리하자면, 한국 도시 이름에 ‘주’가 많은 이유는 단순히 발음의 편의나 우연 때문이 아닙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행정, 정치, 경제의 중심지로 기능한 지역들이 그만큼 많았고, 이들 도시가 현대까지 명맥을 유지해 온 덕분입니다. ‘주’라는 단어 하나에 담긴 지리적 중요성, 문화적 유산, 행정적 의미를 이해하면, 도시 지명이 단순한 이름을 넘어 하나의 역사적 기록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에 지도를 펼쳐볼 때, 혹은 뉴스에서 도시 이름을 들을 때, ‘주’가 붙은 도시라면 “아, 이곳은 과거에도 중요한 곳이었구나” 하고 한 번쯤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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