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푸른 물결이 부서지는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 카스테욘 주에는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한 고즈넉한 도시, **페니스콜라(Peñíscola)**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바다 위에 우뚝 솟은 **페니스콜라 성(Castle of Peñíscola)**입니다. 이 성은 단순히 견고한 요새를 넘어, 지중해의 오랜 역사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웅장한 자태와 아름다운 주변 경관으로 인해 스페인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손꼽히는 페니스콜라, 그리고 그 심장부에 자리한 페니스콜라 성의 매력에 푹 빠져볼까요?
페니스콜라 성, 그 견고한 역사의 시작
페니스콜라 성의 역사는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그리스인, 로마인, 비잔틴 제국, 서고트족 등 다양한 문명들이 이 전략적 요충지에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성의 기본적인 틀을 세운 것은 십자군 전쟁 시기, 13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입니다. 이 성은 예루살렘 성전기사단(Knights Templar)이 1294년부터 1307년까지 약 13년에 걸쳐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성전기사단은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지중해 무역로의 주요 거점에 요새를 건설했는데, 페니스콜라 성 역시 그들의 지중해 해상 방어 전략의 핵심 거점이었습니다.
성전기사단이 건설한 페니스콜라 성은 해발 64m 높이의 바위투성이 반도 끝에 위치하여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였습니다. 견고한 석회암으로 지어진 성벽은 최대 20m에 달하는 높이를 자랑했으며, 좁은 통로와 미로 같은 구조는 외부 침입으로부터 성을 안전하게 보호했습니다. 성 내부에는 거주 공간, 예배당, 창고, 병영 등이 잘 갖춰져 있었고, 특히 해수에 의존하는 독특한 급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의 지리적, 구조적 특성 덕분에 페니스콜라 성은 오랜 세월 동안 난공불락의 요새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교황 베네딕토 13세와 '교황의 성'
페니스콜라 성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은 바로 **교황 베네딕토 13세(Benedict XIII)**입니다. 서방 교회의 대분열(Western Schism) 시기였던 15세기 초, 아비뇽 교황청의 마지막 교황이었던 그는 로마 교황청과의 대립 속에서 결국 파문당하고 페니스콜라 성으로 피신하게 됩니다. 1411년부터 1423년까지 12년 동안 그는 이 성에서 스스로를 '페니스콜라의 교황'이라 칭하며 여생을 보냈습니다.
그가 성에 머무는 동안 페니스콜라 성은 단순한 요새를 넘어 사실상 교황청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성 내부에는 그의 서재와 집무실이 마련되었고, 그는 이곳에서 종교적, 정치적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이 성을 '교황의 성(Pope's Castle)' 또는 **'루나의 성(Castle of Papa Luna)'**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베네딕토 13세의 본명이 페드로 데 루나(Pedro de Luna)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거주 기간 동안 성은 정치적 격동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그의 흔적은 성 곳곳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속 페니스콜라 성
페니스콜라 성은 그 압도적인 비주얼 덕분에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미국 HBO의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시즌 6에서 **미린(Meereen)**의 일부 촬영지로 활용되면서 그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성의 웅장한 외관과 고풍스러운 골목길은 극 중 미린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해 냈습니다.
이 외에도 1961년작 영화 '엘 시드(El Cid)'의 촬영지이기도 했으며, 스페인 국내외의 다양한 작품에서 중세 시대의 배경이나 신비로운 장소로 등장하며 그 매력을 발산해 왔습니다. 영화 속에서 활약하는 페니스콜라 성의 모습은 방문객들에게 더욱 특별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페니스콜라 성을 둘러보는 주요 내용
페니스콜라 성을 방문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 성벽 투어: 성벽을 따라 걸으며 지중해의 환상적인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몰 시간에 맞춰 방문한다면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바다의 절경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 성 내부: 성전기사단이 사용했던 회의실, 병사들의 숙소, 식량 창고 등을 둘러보며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교황 베네딕토 13세가 머물렀던 공간은 그의 흔적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 교황의 서재: 베네딕토 13세가 많은 시간을 보냈던 서재는 그의 학구열과 당시의 지적 분위기를 짐작게 합니다.
- 성전기사단의 예배당: 웅장하고 경건한 분위기의 예배당은 성전기사단이 신앙심을 키웠던 공간으로, 그들의 엄격한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 등대와 정원: 성 근처의 등대는 오랜 세월 지중해를 오가는 배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었으며, 성 주위에 조성된 아름다운 정원은 잠시 쉬어가며 자연을 만끽하기 좋습니다.
- 해양 박물관(Museu de la Mar): 성 바로 옆에 위치한 해양 박물관에서는 페니스콜라의 해양 역사와 어업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어구와 선박 모형, 해양 생물 표본 등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습니다.
페니스콜라 구시가지와 주변 관광
페니스콜라 성만 보고 가기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성 주변의 구시가지는 아기자기한 골목길과 하얀 벽의 건물들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곳곳에 자리한 기념품 가게와 아늑한 레스토랑,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며 현지 분위기를 만끽해 보세요. 특히 신선한 해산물 요리는 페니스콜라 미식의 백미입니다.
성 아래쪽 해변은 고운 모래사장과 맑은 물을 자랑하며, 여름철에는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성곽과 해변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페니스콜라 성,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페니스콜라 성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지중해의 파도 소리 속에서 십자군 기사들의 발자취를 느끼고, 서방 교회의 대분열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보낸 교황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역사적인 공간입니다. 또한, '왕좌의 게임' 속 미린의 이국적인 풍경을 직접 마주하며 판타지 세계로의 몰입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스페인 동부 해안을 따라 여행한다면, 반드시 페니스콜라 성을 방문하여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직접 경험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은 단순한 여행 이상의 특별한 영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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